집 청소 part 2 - 화장실 일상잡담

바쁘고 시간도 부족하고 피곤도 하고 책상이고 서랍장이고 행거고 아직 하나도 준비하지 못하여 지난 번 안방 청소 이후로 계속 미루고만 있던 집 정리. 어제는 느닷없이 바람이 불어 화장실 청소에 매달렸다.

구석구석 찌든 때만이 아니라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으면 천정이며 벽 타일이며 새까맣게 먼지가 눌어 붙어 있더라. 나만의 청소 노하우 하나. 화장실 청소는 구두솔 하나면 된다. 두 눈 찔끔 깜고 더러운 곳에 손을 델 각오만 하면 물을 뿌리며 구두솔로 슥슥 문지르면 순식간에 깨끗해진다. 물론 세제를 쓰지 않았으니 완전히 하얗게 광이 나진 않지만 문지르면 문지를 수록 구두에 광이 나듯 반질반질 깨끗해진다.

우선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다 덜어낸다. 그리곤 처음 시작은 역시나 창문과 창틀. 화장실에 붙어 있는 창에는 알루미늄 샤시로 된 창살이 있다. 드라이버를 찾아 슬슬 풀어낸다. 엇! 창문이 빠지지 않네. 별 수 없이 안쪽만 닦자. 물을 뿌리고 슥슥슥슥. 오! 새까맣게 붙어있던 곰팡이도 순식간에 떨어져 나간다. 창틀의 먼지도 최대한 씻어낸다. 창살도 솔로 박박 닦아낸다. 창을 제대로 닫고 창살을 다시 끼운다. 음... 반질반질. 벌써 반은 해치운 느낌.

다음은 화장실 벽걸이형 수납장. 살짝 떼어내서 바닥에 내려 놓고 한숨 한 번. 도대체 이전의 거주자는 화장실을 사용하긴 했을까. 도저히 무언가를 넣어 둘 상태가 아니다. 으아아아~ 물을 한참이나 뿌려댄다. 일단 겉에서 부터 새까만 땟국물이 좔좔 흘러내린다; 문을 열고 안쪽을 닦는다. 뒤집어서 바닥을 닦고 안쪽 선반에 제대로 안닦인 부분을 다시 씻어낸다. 바로 새우고 다시 한 번 슥슥. 이 녀석이 걸려있던 벽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자국이 남았다. 아~ 우울해. 이거야 말로 선임자가 싸질러 놓은 거 청소하러 다니는 딱 그 꼴 아니냔 말이다. 벽에도 물을 뿌리고 그 주변과 바로 그 위쪽의 천장을 씻어낸다. 그리고 다시금 수납장을 걸고 상태 한 번 확인. 어! 여기 아직도 덜 닦였어! 역시 고개를 숙이고 보는 거랑 걸어 놓고 보는 거랑 시선의 위치가 다르니까. 슥삭슥삭. 오! 또 한 번 기분이 상쾌.

그 다음은 벽과 천정. 샤워기가 수압이 낮아 끝까지 다 닿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걸레와 병용해서 씻어낸다. 으으으으..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시커먼 땟물이 머리에 정통으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ㅠ_ㅠ 어차피 훌.떡.벗.고. 시작한 거라 씻어내면 그뿐이지만 그 찝찝한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걸레로 3-4번을 닦아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 시간은 이미 1시간을 넘어 2시간이 가까워져가고 세제를 풀어 씻어내기엔 이미 너무 많이 지쳤다. 에잇! 대충대충해! 토요일에 한 번 더 하기로 하자.

그래도 변기는 닦아야지. 이놈의 변기가 너무 지저분해서 이사 이후로 집에서 뒷간을 간 적이 없다. 포기하고 산 거다. 으으윽! 이번엔 정말 이를 악물어야 했다. 변기 뚜껑을 분리해낸다. 물받이 뚜껑을 씻어낸다. 한쪽에 잘 치워 둔 후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억지로 가져다 대서 누렇게 새까맣게 뒤덮힌 때와 곰팡이를 씻어낸다. 변기 안쪽은 변기용 솔로 대충 문질러 씻는다. 물을 뿌리고 물을 내리고 두껑을 덮는다. 으흐흑. 눈물이 글썽. 젠장! 도대체 이 변기를 사용했던 그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까. 정말 길 가다 만나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 ㅠ_ㅠ 새 변기 두껑을 달고 한 숨을 내쉰다.

이젠 바닥이 남았구나. 하악하악. 솔직히 맨발로 바닥을 밟고 있지만서도 이 때까지 씻어낸 온갖 이물질이 바닥을 뒤덥고 있어 발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그 불쾌감은 최악이었다. 샤워기를 아무리 뿌려대도 바닥도 끈적끈적 까끌까끌 나아지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서 또 다시 솔질의 연속이다. 파파파팍 문질러 주면 타일 사이사이 하얗게 색이 원래대로 돌아 오겠지만 이미 지칠데로 지쳤다. 그냥 끈적거리는 것과 버석버석 밟히는 것만 씻어낸다. 다시 한 번 행궈낸다.

샤워기와 휴지걸이도 씻어내고 하수구 망에 걸린 온갖 잡것들을 삭삭 긁어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 망도 이미 녹슬 대로 녹이 슬어 짜증이 울컥거린다. 돈이 아까워도 저건 갈아야겠다. 왔다갔다 하다보면 종종 밟게 될텐데 그때의 불쾌감을 참느니 그냥 갈자.

화장실에 둘 잡동사니들을 다시 들여 놓는다. 뚫어~와 세면도구를 챙겨 놓는다. 크게 한숨을 쉰다. 거울에 물을 뿌리고 슬쩍 얼굴을 한 번 본다. 너 고생했구나. 크흑. 휘이 둘러보는 화장실은 그나마 사람의 화장실 느낌이 난다.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젠 아침 저녁으로 샤워할 때마다 짜증나진 않겠구나. 마음 편하게 변기를 사용할 수 있겠구나. 크흑.

완전히 지쳐버린 몸을 맛사지하듯 더운 물로 씻어준다. 후~ 하~ 샴푸로 머리를 감고 샤워크림으로 샤워를 한다. 깨끗하게 행군 거품타올을 잘 펴서 걸어두고 화장실을 나선다.

9시 반에 시작하여 이미 12시 반. 3시간이나 걸렸구나. 장하다 강하야. 훌륭하다 강하야.

조만간 사다둔 화장실용 옥시삭삭으로 다시 한 번 닦아야겠다. 싱크대와 신발장과 주방 창틀과 작은 방과 보일러실. 청소할 곳은 아직 까마득하다. 언제 끝낼 수 있을까. 집들이 선물 말고 청소나 도와달라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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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닥슈나이더 2007/01/26 10:05 # 답글

    주부의 일상이군요...
  • →lucipel 2007/01/26 11:40 # 답글

    ..완전 하얗게 불태웠네 형아=ㅁ=
  • 지족마님 2007/01/27 00:38 # 답글

    주부는...
    오만원.... 아즘마 부릅니다.
    저거 다 하고 일주일아플바에야.. 한달 외식안하고말지.
  • 고공강하 2007/01/29 11:09 # 답글

    닥슈나이더님// 그런 건가요? :)

    ->lucipel// 재만 남았어. 으흐흐

    지족마님// 부를까 싶었는데 불러봐야 그다지 깨끗하게 해줄 거 같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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